시로 피는 꽃

-산수유사랑채 준공에부쳐

어느 맑은 날
도니피 마을 어귀에
널찍널찍 주추가 놓이고
네모 반듯한 햇살이 
그 위로 불려갔다


뽀얀 광목천에
용과 거북 맞들어 대들보를 
올리던 날
원적산을 넘던 바람도 데려갔다


촘촘히 서까래를 걸고
기와 아래 흙벽을 둘러치니
둥 당 슬기둥 덩
백제의 거문고 소리가 
먼저 들어와 앉았다


빙 둘러 담장을 치고
달빛이 추녀 끝을 튕기는 밤이면
마당가 산수유나무는 
하늘을 벌리고
물오른 연초록 가지마다
먼 강 건너온 새들을 다독이리라


이제 방방이 환한 불을 켜고
거친 세상을 돌아온 사람들
따끈한 아랫목에 마음을 누일 때
바람은 시나브로 빗장을 걸고
장지문 겹겹이 문단속 한다


누구든 평안히 
쉬어 가시라
쉬어 가시라고.            
 (2015. 4.  3)